물병 투척이나 그 외 오물 투척에 관한 내용이 과연 토론의 주제가 될 까
물병 투척이나 그 외 오물 투척에 관한 내용이 과연 토론의 주제가 될 수 있는 것일까 한참 고민을 했습니다. 요즘 자유게시판이 예전만큼 활발하지도 않고 다들 뿔뿔이 흩어지는 느낌입니다. 그 이유를 명확히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나름대로 그런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이 곳에 글을 올린다는 것은 왠지 잠재적인 반대자가 있을 거라는 느낌과 그 반대자들의 반응이 상당히 시니컬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극복한 후에야 가능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퍼플 내에서도 분열의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죠.
1년간 44라운드의 경기를 갖는다는 것은 선수들이나 팬이나 다들 힘든 여정인 것 같습니다. 긴 시간을 달려 여기까지 왔고 많은 일을 겪어 왔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 와중에 각자의 노선(?)이나 생각, 서포팅에 대한 마인드, 그 외의 각종 사건에 대한 의견 차이 등으로 퍼플도 많은 시련을 견디며 지금에 이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거나 오늘도 제 글에 대한 비판보다는 비난이 많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극복하며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렇게까지 글을 올리게 된 이유는 비난받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습니다만 조금이나마 분열 분위기 해소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입니다.
1. 다름에 대한 인정
자유 게시판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토론들은 대부분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번 오물 투척 사건을 비판하는 입장에서도 오물 투척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비난과 가르침의 분위기'가 강합니다. 상당히 반감을 갖게끔 만드는 글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이죠.
우리는 서로 의견을 교류할 수 있지만 내 의견을 듣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의견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 이후에야 글을 올리는 편이 좋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심판할 만한 자격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심판하려는 자세를 갖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물론 이런 글은 많은 반발로 인해 충분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지 않게 됩니다.
2. 대전제의 부족
글의 내용에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대전제'를 명시하는 편이 좋습니다. "물병투척은 안된다" 라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 대전제가 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무언가를 경기장에 던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갖고 있지만 물병은 왠지 다치지 않을 물건이기에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과정의 부족은 결국 내가 쓴 글에 대한 반감을 키우게 됩니다.(반론이 아니라 반감을 키우게 됨을 주의해야 합니다.) 결국 토론의 과정으로 발전해야 바람직함에도 감정싸움으로 번져 가면서 점점 자유게시판의 분위기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3. 반감의 표현
1,2에서 말한 것처럼 누군가가 반감을 살 만한 글을 올려 놓았을 때 이 글에 대한 댓글을 지켜보면 상당히 위태롭다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조금이나마 흥분을 가라앉힌 댓글보다는 적의를 표현하고 있는 댓글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작성자의 어조를 받아들이기 어렵더라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있다면 서로의 감정을 해치는 일은 적을 것입니다. 내가 받은 만큼의 상처를 상대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분위기는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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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쓰려던 글에서 상당히 벗어나 버렸습니다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어쨌거나 "토론"이 되려면 적어도 대안이 있어야 하고 의견 교류가 있어야 하며 정-반-합의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물병 투척에 대한 담론이 토론이 되기 위해서 "과연 대안이 될 만한 것들이 있을까?" 하는 것이 처음 글을 쓰고자 하는 의도였습니다.
우리가 물병이나 그 외의 오물을 던지는 경우는 대체로 '판정에 대한 항의'의 의미를 갖는 것 같습니다. 물론 '화를 참지 못해서' 이기도 합니다. 결국 이런 같은 의미를 갖는 다른 행동으로 효과적인 대체가 이루어 진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제가 "투척은 안됩니다. 하지 마십시오."라고 말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 우리 퍼플들의 피가 뜨겁기 때문입니다.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말은 꺼내 보았지만 대안은 참 어렵습니다.
- "화가 나면 옆사람과 서로 따귀 한 대씩 때리십시오." 이런 대안을 낼 수도 있겠습니다만, 싸움날 것 같구요. -_-;
효과적인 대안은 물병보다 던져도 안전하고 다른 이들에게 반감을 주지 않는 것을 던지는 것이 되겠습니다만, 이런 게 흔히 있는 게 아닙니다. 꽃가루를 던지면 어디 항의처럼 보이겠습니까.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함께 생각해 보자고 글을 올렸습니다. 이 문제는 금지하거나 자성한다고 해서 해결될 것 같지 않습니다. 좋은 의견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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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28